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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소식

세상을 바꾸는 연결지성 선도자 박형주 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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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WRITER :
총동문회
DATE :
2020-05-06 오전 11: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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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주대는 ‘원 캠퍼스, 원 유니버시티’다. 한 캠퍼스 안에 인문대·경영대·사회과학대와 공과대·정보통신대·자연과학대·의대·약대·간호대, 그리고 병원까지 다 있다. 국내 종합대학 중 드문 일이다. 원 캠퍼스는 장점이다. 학문 간 연결과 융·복합이 자연스럽다. 문과대의 문화컨텐츠학과와 정보통신대의 미디어학과 학생들이 두 전공을 오가며 공부하는 게 이젠 뉴스도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 중인 캠퍼스엔 봄 내음이 살랑였다. 벚꽃이 만발하고 잔디에는 생명이 움텄다. 하석주·안정환·이민성 등 숱한 축구 스타를 배출했던 운동장도 조용했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젊음의 물결이 용솟음 칠 캠퍼스의 봄이었다.

 

 

코로나로 가 보지 않은 길, 박 총장의 커넥팅 정신 주효

 

대학본부가 있는 율곡관 앞에 가니 ‘CONNECTING MINDS’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기자를 반겼다. 수학자인 박형주(56) 총장이 “연결지성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학으로 거듭나자”며 내건 슬로건이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꿈꿨던 수학도, 스마트폰을 한 달에 한 번 바꿔 쓰며 커넥팅 세계를 서핑하는 실천적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의 키워드였다.

‘커넥팅 마인드’는 아주대의 창학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주대는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인 1973년 인간존중·실사구시·세계일가를 이념으로 개교했다. 1972년 체결된 한·불 기술 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에 따른 프랑스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 1977년 김우중 당시 대우실업 회장이 학교법인 대우학원을 설립해 인수하고 ‘아시아의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아주대 공대가 강한 까닭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고 김우중(1936~2019) 회장의 어록처럼 아주대는 세계 330개 대학 및 기관과 자매결연을 하고 연결된 교육을 하고 있다. 박 총장은 2015년 아주대 석좌교수가 된 뒤 2018년 2월 제16대 총장에 취임했다. 코로나19로 ‘대학이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상황에서 박 총장과의 만남은 신선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논리정연하고 소신은 뚜렷했다.

대학 총장 중 수학자 출신은 국내 대학 중 처음 아닌가요?

“처음은 아닙니다. 현재 경북대 김상동 총장도 수학과 출신이고요. 외국에는 수학과 출신이 꽤 있어요. 싱가포르 국립대(NUS), 미국 시카고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총장 등이 수학자죠. 제가 개인적으로 다 아는 분들입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 링산 부총장은 제가 미국 버클리대에서 공부할 때 클래스메이트였죠. NTU와 아주대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관련 연구 협력을 약속했어요. 학창 시절 인연이 도움이 됐어요. 지난해는 아주대와 NTU가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고요.”

총장에 취임한 지 2년 남짓 됐는데 수학자로서 행정을 해 보니 어떤가요?

“인생이 조금 바뀐 것 같네요. 저는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입학정책 중 정시와 수시 비율을 예로 들죠. 민감한 이슈잖아요. 담당 부서의 초안을 보고 ‘왜 이런 걸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경험적인 감’이라고 말해요. 그런 막연함은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근거 없는 신념은 미신과 다름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죠. 정시·수시 비율을 조정한다면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논술과 학생부종합 전형(학종), 학생부 교과, 수능 등 전형별 자료가 중요해요.”

박 총장은 전형별 입학 자료를 분석해보니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간·기말고사 성적은 학생부 교과나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이 앞섰지만, 발표나 프로젝트는 학종 입학생이 더 잘 하더군요. 실제 데이터로 드러나니 변화를 추진할 때는 데이터로 설명해야지요. 감으론 안 되는 시대입니다.”

 

 

전 과목의 반을 ‘생각 수업’으로 하는 게 단기 목표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정말 중요하군요.

“행정을 해보니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아주대는 취업률이 상위권입니다. 지난해 전국 30대 대학 중 3위를 했어요. 그래도 취업 못 하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막연히 입학이나 졸업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을 거라 추측했어요. 막상 뜯어보니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한 학생의 취업률이 압도적으로 높더군요. 무엇을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나오는 거죠. 감과 추측은 데이터를 이길 수 없어요.”

기왕에 입시 얘기가 나왔으니 먼저 얘기해 볼까요.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요구합니다.

“데이터를 보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반수(半修)를 안 합니다. 반면 학원 배치표대로 정시로 진학한 학생들은 중도 포기 확률이 높더군요. 아주대는 학과별로 정시·수시 비율 요청을 받습니다. 학과별 정시·수시 비율이 다 다릅니다. 그동안 수시·정시 비율은 80 대 20 정도였어요. 획일적인 비율 조정보다는 전공별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율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박 총장은 아주대 교수 출신은 아니다. 미국 U.C. 버클리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오클랜드대에서 교수로 일하다 귀국해 고등과학원과 포스텍 교수를 거쳐 아주대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아주대 총장은 후일 경제부총리로 일했던 김동연 총장이었다. “빅 데이터나 AI로 풀 수 있는 산업 문제가 많아요. 그래서 산업수학 인프라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김동연 총장이 산업수학 관점을 갖고 아주대의 실사구시 학풍을 발전시켜 달라고 제안했어요. 대부분의 학생이 수학자를 꿈꾸는 포스텍에서는 산업수학의 새로운 교육실험이 어려운 측면도 있던 터라 아주대와 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죠.”

아주대 총장이 된 그에게 2020년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코로나19로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꾸면서 에듀테크(edu-tech)를 통한 ‘커넥팅 마인드' 확산이 고등교육의 새 패러다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주대는 어떤가요?

“코로나19 전에는 온라인 강의가 전 과목의 1%밖에 없었어요. 처음엔 우왕좌왕했죠.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꺼번에 와 버렸잖아요. 교수들이 첫 주는 온라인 강의를 찍어 녹화를 올리는 경우가 85%쯤 됐어요. 시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퀴즈나 과제를 많이 내주자 학생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더군요. 3주 차부터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 늘어났어요. 물론 학생이나 전공별로 선호도는 다르지만, 공대는 5주 차부터 전 과목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실시합니다. 상황을 지켜보며 오프라인 수업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올해는 특별한 해 입니다. 대학 교육 패러다임을 바꿀 ‘기적의 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 대학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는 편입니다. 자동녹화 가능 강의실이 42개 있고, 동영상 녹화 스튜디오도 있어요. 빅 데이터를 교수들에게 제공해 학생들이 어느 때 시청하는지도 분석했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엄청난 학생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어요.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관리하면서 데이터 기반 교수학습지원체제(ATLAS)에서 나오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커리큘럼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박 총장은 지난해 9월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방문담을 들려줬다. 그 대학 총장은 바로 박 총장이 버클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의 지도교수였다. “마틴 비털리 총장님은 인생의 위기를 구해준 분이죠. 학비가 없어 좌절할 때 장학금을 준 은인입니다. 로잔 연방공대는 전체 교과목의 절반 이상을 ‘생각 수업(Thinking class)’으로 바꿨어요. ‘Thinking class’는 온라인 강의를 별도로 듣고 수업은 PBL, 즉 문제해결학습(Problem Solving Learning)이나 프로젝트학습(Project Based Learning)으로 진행하는 걸 말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입니다.”

박 총장은 현장을 보면서 대학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했다. 교수는 혼자 떠들고 학생은 듣고만 있는 수업으론 대학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대학의 미래를 보셨네요. 우리 대학도 정신을 차려야겠습니다.

“‘대학은 어떻게 성공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로잔공대는 ‘대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지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다’고 답하더군요. 저의 단기 목표는 전 과목의 반을 ‘Thinking class’로 만드는 겁니다. 로잔공대생들의 프로젝트 수업을 보면 오프라인 일반 강의보다 학생이 학습에 들이는 시간이 세 배 많다고 해요. 힘들어하지만 취업률은 압도적으로 높아요. 기업체는 그런 수업을 원합니다. 사실 요즘 기업들은 학점만 보지 않아요.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과 해결 능력을 중시합니다. 학생들이 세 배의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이유죠. 온·오프라인 강좌를 학생 능력과 전공, 대학 환경에 따라 적절히 혼합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으로 가야 합니다. 그게 고등교육의 미래입니다.”

 

 

파란학기는 지식·체험·도전 세 마리 토끼잡기

 

그렇지만 온라인 강의 평가가 좋지만은 않아요. 사이버대학이냐는 지적도 있고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깝지요. 계속 가야 합니다. 사이버대학이냐는 지적은 대학을 단순 지식전달터로 잘 못 이해해서 생긴 오해입니다. 실제 체험하고 고민하며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까요. 아주대에는 파란학기제가 있어요. 학생들이 직접 도전과제를 설계하고 학점을 받는 프로그램이죠. 2016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8학기 동안 775명의 학생이 참여해 창업도 활발해졌어요. 웹드라마 회사를 만들더니 창업한 인문대 학생도 있어요”

파란학기는 아주대의 상징색인 파란색에서 따온 이름이다. 알(자신의 틀)을 깬다는 파란(破卵)과 이런 시도를 통해 사회에 파란을 일으키자는 뜻을 담았다. 학생들은 모든 분야에서 자신이 설계하거나 교수·학교가 제안한 과제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회문제 해결형 ‘파란학기-Extreme’을 도입해 학생들이 사회·산업 문제 해결에 직접 도전하는 장을 열었다. 특히 지난 학기에는 시각 장애인 버스 이용 불편 해결 솔루션 개발과 까마귀 피해 방지 전선 보호물 제작, 인근 상권 살리기 시장 분석, 아주대 축구부가 대학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조사 등의 과제를 진행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학생은 물론 지자체와 기업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란학기제가 아주대에 파란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단점을 보완하면 충분합니다. 처음엔 ‘활동만 있어서 배우는 게 없다’, ‘깊이 있는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어요. 반면 일반 수업은 활동이 없어 학기가 지나면 다 까먹는다는 단점이 있고요. 원격수업이 축적되면 달라질 겁니다. 파란학기에서도 과목 계획서에 학습계획과 활동계획을 함께 넣고 필수 동영상을 보게 하면 ‘지식과 체험, 창의적 도전’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요. 온라인 대학에서는 어려운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벽돌로 지어진 전통적인 대학의 경쟁력이 되는 겁니다. 사이버대학과는 완전히 다르죠. 2학기부턴 학칙도 바꾸려 합니다. 교육부가 20%로 돼 있던 온라인 강의 규제를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풀긴 했지만, 규제가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규제가 풀리면 자체 기준으로 온라인 강의 상한을 정할 예정인데 한 학기에 30~50%까지 고려 중입니다. 교수들은 온라인과 프로젝트 수업을 강의계획서에 넣을 겁니다. 과목 수업은 동영상 베이스로 하고 프로젝트는 수업시간에 토론으로 진행하는 식입니다. 아주대의 새 모델입니다. 대학이 전혀 다른 영역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해야지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요?

“토론하며 생각하는 힘, 생각의 근육,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화제가 되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를 볼까요.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로 주정부의 골칫거리였던 ‘하수도’ 문제를 내줬어요.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에겐 주 정부가 공무원 채용 기회를 줬습니다. 도전하다 보면 문제 해결력이 강해지고, 필요한 지식은 온라인으로 학습해요. 대학은 배우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그걸 알려주고 있죠.”

좋은 말씀이네요. ‘커넥팅 마인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시는 배경이군요.

“물론 학생들도 배우는 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아요. 실패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사고도 걸림돌이고요. 그러니 분위기가 중요해요. 아주대는 신입생이 2000명 선이어서 기민하게 움직이며 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새 영역을 개척해야 글로벌 대학이 될 수 있어요.”

아주대는 공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대도 AI도 화제가 되지 않아요. 최근엔 이국종 교수만 화제가 됐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학교의 보배입니다. 이번 학기는 연구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교수가 고생해서 외상센터를 이끌었고 팀도 탄탄합니다. 그 팀이 초기부터 이 교수에게 훈련을 받았으니 외상센터를 잘 이끌 겁니다. 공대와 AI는 뼈아픈 지적입니다. 전통 대학의 기능은 교육과 연구였지만, 지금은 교육·연구·산학협력입니다. 연구는 지식의 생산, 교육은 지식의 전수, 산학협력은 지식의 활용입니다.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고 전수하고 활용하는 곳입니다. 3대 기능이죠. 문과생도 코딩을, 이과생도 역사를 알도록 커리큘럼을 바꾸려 합니다. 커리큘럼이 바뀌지 않으면 학생들은 변하지 않아요. 과목 교차를 통해서 자기 학과에만 머물지 않게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등교육의 방향을 제도화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앞서 언급한 미디어학과와 문화콘텐츠학과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확대할 계획입니까?

“같은 과목을 듣더라도 전공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는 것을 일부 과목에서 전체로 바꿀 계획입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이 공대 수업을, 공대 학생이 인문사회계열 수업을 들으면 별도로 평가해 학점 불이익을 없애는 거지요. 제도로 풀면 됩니다. 이것이 연결 교육입니다. 연결된 교육과 연구는 큰 교육, 큰 연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박 총장은 아주대의 중점 분야를 바이오와 AI로 선정했다고 했다. 내년에 AI 대학원 설립이 목표인데 인재 확보가 과제라고 했다. 인재 확보를 위해 신임 교원 정착연구비를 이공계는 최대 1억원, 인문사회계는 50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같은 과목 듣더라도 전공에 따라 다르게 평가

 

세계 330개 대학 및 기관과 자매결연 중이네요. 코로나 사태로 국제 교류 타격이 클 텐데요?

“교류 대학이 많은 건 ‘세계 일가’의 대학이념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아주대는 한·불문화협정으로 세워져 입학식과 졸업식에 주한 프랑스 대사가 참석합니다. 유럽 등에서도 학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 다양성은 국내 대학 중 3위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대학보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적어요. 1100명 정도 됩니다. 인프라 없이 외국 학생을 받는 건 우리 학생들의 역차별 문제도 있어서 무책임하잖아요. 최근에 강의실과 기숙사 확충 결정으로 유학생을 늘려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현재 1100명 중 중국인 학생은 250명쯤인데 170명 넘게 등록했어요. 큰 문제는 없습니다.”

박 총장은 수학 대중화에 앞장서 온 수학자다.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 수학의 역할이 궁금했다. 현대의 수리감염역학(mathematical epidemiology) 연구자들은 감염병 확산 과정을 미분방정식이나 차분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수치적으로 풀기도 한다. 직접 물어봤다.

코로나 사태에서 수학의 역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리감염역학도 산업수학 관점에서 볼 수 있어요. 예전에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이 통합되면서 독일의 수도가 바뀌고 대중교통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버스가 동베를린은 많고 서베를린은 적었지만, 통일 직후 교통 격차 논란까지 있던 터라 시 정부가 노선 변경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에서 해결 방안을 공모했고 수학자 마틴 그뢰첼이 최종 선정됐어요. 그 사람이 최적화 이론을 통해 버스노선과 배차표를 갈아엎었습니다. 수학문제로 해결한 성공적인 사례죠. 시민 반발도 없었어요. 정치색 없이 수학적으로 해결했거든요. 수리감염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염확산을 방정식 여러 개로 표현할 수 있는데, 기존의 스페인 독감이나 메르스 등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어요.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금보다 완화나 강화로 바꿔보면 종료 시기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어요. 방정식의 상수를 바꾸는 거죠. 수리감염학은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도 굉장히 용이합니다. 국내에서는 조류독감이 성공사례입니다. 철새 때문에 조류독감이 오는 줄 알았는데 데이터로 확산 경로를 분석해보니 고속도로 자동차가 문제였잖아요.”

팬데믹 문제를 수리감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이 그 사례입니다. 한 사람이 평균 몇 명에게 감염시키는지 등을 관리 가능한 상수로 포함시켜서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그 당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수를 두지 않았고, 이번엔 뒀어요. 현재의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에 따라 코로나19의 종식 시기가 달라진다는 예측입니다.”

 

 

평균적인 교육으론 인재 못 키워, 개성 살릴 교육을

 

흥미로운 예측입니다. 수학이 그만큼 중요하군요. 그런데 우리의 교육정책은 평균주의에 함몰된 것 같아요.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한국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내는 데도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아요.

“보편·영재·특수 교육을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보편 교육이 커버하기 힘든 영역을 영재교육과 특수교육이 맡도록 분업체계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해요. 영재교육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올림피아드 세계 1, 2위를 하잖아요. 문제는 보편·영재 교육 대상이 섞이면서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는 겁니다. 저는 많은 영재를 만나본 편이고, 살아있는 세계적인 천재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제가 만난 천재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반복 학습을 싫어한다는 것이더군요. 이런 사람들은 보편교육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요. 똑같은 이유로, 보편교육이 맞는 학생이 억지로 영재교육을 받으면 좌절감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보편교육과 영재교육을 구분하는 게 학생에게도 국가에게도 다 유익합니다. 왜 필즈상이 안 나오냐고요? 수상자를 분석해보니 3분의 1이 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 출신이더군요. 한국이 올림피아드에 처음 참가한 게 1988년인데 동메달을 땄어요. 그 뒤로 계속 수상하고 있고요. 연관성을 보면 기대해볼 만합니다.”

기대만 한다고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는 역대 수학올림피아드 출신의 과학계 진출 비율이 제일 높아요. 미국만 해도 법대와 의대를 많이 가거든요. 우리는 3분의 2가 수학과를 갑니다. 필즈상을 받으려면 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실패 리스크가 크지요. 그런데 우리는 실적만 요구합니다. 자잘한 것이 많아야 승리하는 구조죠. 큰 것을 하다 보면 몇 년 동안 실적이 ‘0’이니 매달릴 엄두를 못내요. 단타만 치려합니다.”

수학자로서 필즈상에 도전했던 꿈이 있었겠지요.

“필즈상 수상자는 40대 이전에 나옵니다. 저의 기회는 끝났어요. 긍정적인 것은 연구 풍토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죠.”

박 총장은 고향이 충남 부여다.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초·중학교를 부여에서 다니다 공주사대부고에 진학했다. 그런데 1학년을 다니다 10월 말 중퇴했다. 영어로 된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고 나서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인생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시기였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어요. 매일 일어나자마자 군청 옆의 도서관에 갔죠. 책을 가나다순으로 다 읽었어요. 잡독을 한 겁니다. 그때 남들보다 잘 하는 저만의 비밀 기술인 집중력을 조금 얻은 것 같아요. 속독도 터득했고요. 한창땐 하루 10권 이상 읽었죠. 인생 고비를 책의 힘으로 이겨냈다고나 할까요. 몇 달 그러다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두 달 동안 검정고시를 준비했는데 수석을 했어요. 바로 그해 대입을 치러 친구들보다 1년 먼저 대학에 갔어요. 하루 2시간 자며 버텼죠. 당시엔 서울대 물리학과가 의대보다 성적이 높았어요.”

 

 

고1 때 중퇴,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학과 합격

 

미국 유학을 갔는데 전공이 수학으로 바뀌었네요.

“물리학과 3학년 때 수학 과목을 들으러 갔다가 스무 살에 요절한 19세기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에 전율을 느낀 게 계기가 됐어요. 갈루아는 2차 방정식은 왜 근의 공식이 존재하는지, 5차 방정식은 왜 그런 근의 공식이 존재할 수 없는지를 증명했죠.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을 전공하게 만들었다면, 갈루아는 수학자가 되게 한 결정적 인물이죠.”

수학자 박형주는 수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도 했다. KBS의 [명견만리]와 tvN의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생각하는 힘을 강조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남다른 패션 감각, 그리고 언론에 칼럼을 쓰는 수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저는 순수 수학도였죠. 수학도의 특징 중 하나는 응용이 있으면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지적인 것만 연구하려 들죠. 유학 중 한국에 돌아와 공군 방위로 18개 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에 가니 문제가 생겼어요. 재정난에 빠진 캘리포니아주가 장학금을 끊어 졸업을 못 하게 됐어요. 버틸 수가 없더군요. 한국에 돌아가면 뭐하고 살지? 학원 강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마지막 짐을 챙기러 학교에 갔어요. 입학으로 치면 7년 차 때였죠. 23살에 유학 가서 30살이 됐으니. 돈이 없어 햄버거 하나로 하루 이틀 끼니를 때우던 시절이었죠. 캠퍼스에 오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햄버거 값으로 커피 한 잔을 시켜 호사롭게 마시고 있었어요. 그때 옆자리에서 공대생들이 문제가 안 풀린다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문제였어요. 문제를 풀어주고 연락처를 줬는데 다시 연락이 왔어요. 그때 만난 분이 현재 로잔공대 총장님이에요. 공동연구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원해주셨고, 제 공동지도교수까지 돼 주셨어요. 저를 나락의 고비에서 구해준 평생의 은인입니다”

박 총장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다. “장학금을 받았으니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어요. 랩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주시더군요. 컴퓨터를 모르던 때였으니 유닉스 운영체계 중심의 네트워크 관리는 엄두가 안 났어요. 밤새워 공부했죠. 몇 달 만에 순수 수학도가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로 탈바꿈 했습니다. 독하게 맘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얼리 어댑터가 됐죠. 2~3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을 한 달에 한 번씩 바꿨어요. 새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제게 한 달을 맡기면 써보고 사용법과 장단점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사용료를 대신한 거죠. 시중의 모든 제품을 써보고 궁금증을 푸는 전형적인 얼리 어댑터입니다. 요즘은 바빠서 이걸 못하니 아쉬울 때가 많아요. 초연결 사회입니다. 세상은 더욱 연결되고 있고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론 버틸 수 없습니다. ‘Reach out and connect’. 한우물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파세요. 시련은 반드시 탈출할 수 있어요.” 2020년 봄, 박 총장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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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2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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