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헌(전자공학, 75)동문의 인터뷰(201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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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동문회 작성일20-02-10 17:05 조회622회 댓글0건본문
인터뷰 내내 ‘배려하고 나누자’고 여러 번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강태헌 전임 총동문회장은 누구보다도 동문들의 손을 많이 잡았다. 악수를 건네는 그 짧은 시간에서조차 “당신이 동문회, 아주의 불씨가 되어주세요.”라고 주문을 외웠다. 함께하고 나누는 동문. 4년 동안 공유하고자 했던 가치였다. 마음을 함께했던 동문들이 참으로 고마웠다는 강태헌 동문을 지난 2월 19일 학동에 있는 이너비트에서 만났다. 동문회는 진화하고 있고, 10년 후는 또 다른 동문회가 아주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 필자 또한 가슴이 두근거렸던 시간이었다.
선배님 회사 방문이 두 번째인데, 올 때마다 집무실 책장에 눈길이 갑니다. 인문학 관련 책이 유독 눈에 띄고, 색소폰 연주 책자도 있네요.
색소폰은 취미로 좀 하고 있어요. 책을 늘 곁에 두어 자주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전을 좋아해요. 요즘엔 ‘맹자’를 다시 읽고 있는데, 고전은 늘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잖아요. 또 최근엔 여행에 관련된 책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17대 18대 동문회장으로 4년 동안 많은 활약을 해오셨는데요. 회사보다 총동문회 사무실을 더 자주 드나드셨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 직업이 동문회장이었고, 사업이 부업이 되었었네요. 이제 일에 복귀했는데, 아직 익숙치 않아 노력 중입니다. 동문회 일과 CEO포럼을 함께 진행해서 정말 숨가쁘긴 했어요. 저는 방아쇠 역할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동문회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에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문들은 선배님이 이끄신 4년 동안 동문회가 재정립되었다는 평가들을 하십니다.
7,80년대 학번들 누구나 느끼는 것인데, 우리 때는 사회에 나와서 의논할 사람도 끌어줄 선배도 거의 없었잖아요. 그래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죠. 이 정글 속에서. 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하게 된 생각이, 후배들은 우리와 같이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서로 연결해주고 맺어주려 노력했지요. ‘아주’라는 이름이 외롭고 춥고 고달프고… 이런 이미지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이죠. 그래서 슬로건부터 만들었어요. “내일의 명예롭고 존경받는 아주.” 이것이 총동문회 존재의 이유이자 대전제였어요. 학번별 조직을 만들 때만 해도 처음엔 쭈뼛쭈뼛하며 모이기도 힘들었어요. 우리가 왜 만나야 하는지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후배들 한 명 한 명에게 “자네, 불씨 하시게!”하면서 ‘불씨’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모두가 잘 되어야 한다, 모이고 나누면 그 길이 보인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로 동문회장 첫 해를 보냈습니다.
총동문 골프대회나 소시에떼 도네르 등 새롭게 시작해서 아주대 총동문회의 문화로 자리잡은 행사들도 몇 가지 있는데요.
모든 행사를 할 땐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정립했어요. 품격이 있고 깔끔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저 만나 시간만 보내는 모임은 의미가 없지요. 동문회장 첫 해에 CEO포럼을 함께 만들었어요. 기업가 정신이 강한 대학이 되자는 것이 이 포럼의 시작입니다. 이제 5년째 접어들면서 회원 동문도 꽤 되고 월례 워크샵을 통해 비즈니스와 인적 네트워킹을 꾸준히 맺고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골프대회도 대학원 중심으로 열렸었는데, 학부 중심으로 좀 바꿔보자 했죠. 학부만 40팀(160명) 만들어보자 해놓고선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했는데, 되더군요. 학번별 조직들이 움직이면서 말이에요. 우리가 직접 동문을 만나 교류할 때에야 존재 의미를 느낄 수 있어요. 사이버 동문회보를 구축하자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사이버 동문회보라는 것이 지금의 웹진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지금 이 인터뷰가 실려 있는. 처음에는 뉴스레터로 받아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맞아요. 사이버 동문회, 사이버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는 동문회를 만드는 것이 1대 과제이자 목표였어요. 잘만 활용하면 물리적인 제한을 뛰어넘는 것이 사이버세상이니까요. 다른 대학 동문회는 인쇄물로만 1년에 한 번씩 동문회보를 만들고 있지만, 우리는 매달 동문과 학교 소식을 전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하는 동문회는 우리밖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격주로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냈는데, 조금 더 보완하고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동문들을 중심으로 편집위원을 구성해 100% 동문들이 만드는 웹진을 발행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해외에 있는 동문들 많이 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주고 있어요. 인쇄물로만 동문회보를 발행하면 예산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며, 또 그 먼 곳까지 소식을 전하기엔 물리적 거리감도 꽤 있죠. 동문회 웹진은 동문회가 그동안 꾸준히 성장하는 데 좋은 양식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매달 애써주시는 편집위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년에 출범한 소시에떼 도네르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지요. 어려운 환경의 후배들 생활비를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장학사업이라는 생각입니다.
모든 조직은 베풀어야 합니다. 특히 동문회도 그렇습니다. 중견기업 부장급 동문들을 대상으로 물어봤어요. 어느 정도면 후배들을 위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후원을 해줄 수 있는지. 또 재학생들에게도 물어봤어요. 한 달 생활비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 그 접점이 한 달에 30만 원이었어요. 동문들은 3년에 한 번 120만원이면 후원할 만하다 해서 그리 정했습니다. 산술적으로 3년에 한 번씩 후원의 기회가 돌아오는 겁니다. 지금 회원이 150명인데, 앞으로 회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동문회가 이 사업을 통해 함께하려 했던 정신은 배려하고 나누자는 것이었어요. 4년 동안 공유하고자 했던 가치였습니다.
강태헌 동문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산 증인이다. 강 동문은 2001년, 임베디드 기기에서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의 중요성을 예측하고 ‘이너비트’를 설립했다. 이너비트는 DBMS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바일 DBMS, 모바일 검색엔진, 데이터 싱크로나이제이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 등 글로벌 기업에 모바일 DBMS를 공급하고 있다.”
선배님 사업 이야기를 잠깐 꺼내볼까 합니다. 선배님은 모바일 DBMS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들었습니다.
88년부터 사업을 하면서 코스닥에 상장도 해봤고, 회사 지분을 매각해보기도 하면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해본 것 같아요. 지금은 행복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예요. 그동안 욕심 내서 일에 몰두하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늘 고민입니다.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꼭.
안 그래도 회사 프론트에 ‘점심 같이 먹는 날’이라고 적힌 커다란 메모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상적이었어요
같이 영화 보는 날도 있어요. 지하에 문화센터 개념의 공간도 있어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고 또 문화공연장으로도 활용을 합니다.
이너비트의 비전은 무엇일까요?
항상 이너비트가 갖고 가는 이념은 강소기업입니다. 작지만 강한 기업말입니다. 그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력이 글로벌에서 통하느냐, 또 독보적이냐… 이것이 우리 가치의 근간입니다. 계속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것들을 개발하는 일에 주력할 겁니다.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개교 40주년이기도 한 2013년, 어떻게 지내실 예정이신지요.
우리학교는 늘 잘해왔고, 더 잘할 것이라고 믿어요. 한가지, 더 특징 있는 대학이 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 연구중심의 대학을 표방했을 때 연구가 왕성히 진행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무언가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도 무척 멋진 일이지요. 올해는 여행도 다니고 머리를 비우며 채우며 그렇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물론 총동문회, 동문님들에 대한 애정은 가슴에 늘 머물러 있겠지요.
강태헌 (전자공학 75, 이너비트㈜ 대표이사)
1988. 한국컴퓨터통신㈜ 대표이사
1994. 과기처 해외기술동향 연구위원
1996. 한국데이타베이스학회 이사
1999. 소프트웨어산업 유공자 국무총리상 수상
2001. 제2회 소프트웨어산업인의 날 동탑산업훈장 수상
2007.8~2009.12 한일 IT 경영협의회(KJIT) 회장
2007. 이너비트㈜ 대표이사
취재와 원고: 이은형(사회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