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박명규 동문(국문학 85) (201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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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동문회 작성일20-02-10 16:07 조회531회 댓글0건본문
문학을 동경했던 청년이 마침내 꿈을 이뤘다. 지난해 12월,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박명규 동문은 이제 작가의 이름으로 세상에 ‘이야기’들을 내놓게 되었다. 소설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지 10여 년 만에 열게 된 새로운 세계 앞에서 박명규 동문은 가슴 설레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봄이 지나기 전, 140편 공모작 가운데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그의 작품 <상엿집 있던 자리>를 읽어보자. 고향 화성시 송산면의 자랑, 아주대 국문학과의 자랑이 된 박명규 동문을 햇살 따사롭게 내리비치던 노천극장에서 만났다.
학교에 꽃도 예쁘고 피었고 볕도 좋아 노천극장에서 뵙자고 했습니다. 얼마 만에 학교를 찾으셨나요?
집이 수원이에요. 지나는 길에 얼핏 보기도 하고, 어떻게든 학교 주변을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작년에 국문과 85학번 모임을 학교 앞에서 했는데, 술김에 내가 캠퍼스 투어 해주겠노라며 친구들 데리고 학교 한 바퀴 돌았었죠. 노천극장에선 막걸리 자주 마셨고, 저기 앞 도서관 지하 아사랑에선 커피 마셨고…. 여기 앉으니까 옛날 생각나네요.
<상엿집이 있던 자리>라는 작품으로 한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어요. 국문학과 선후배 동기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주시고 함께 기뻐하셨을 것 같아요.
송현호 교수님이 당신께서 한국소설학회 회장으로 있을 땐 왜 이런 경사가 없었느냐며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송산고등학교 동창들이 제주도까지 시상식장에 축하해주러 내려왔는데, 친구들이 정말 기뻐해 줬어요. 고향 학교하고 마을 입구에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줬더라고요. 우리학교 국문과 사람들, 충무로에서 함께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던 지인들에게 무척 고마운 마음입니다.
신춘문예는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이었나요?
2002년에 첫 단편을 써봤어요. 친구가 한번 써보라고 용기를 주길래. 괜찮다는 한마디에 탄력받아서 두 번째 소설을 경인일보에 냈죠. <까치를 쏘다>라는 작품예요. 6년 뒤에 이 작품을 또 대전일보에도 냈는데, 최종심사에 올랐어요. 그런데 검색을 하다 보니 6년 전 경인일보에서도 최종심사까지 올랐더군요. 한 번 더 도전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런데 생각처럼 그게 쉽나요? 신춘문예 당선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동안 단편 5편, 중편 1편을 썼네요. 5번째 단편이 당선된 겁니다.
그어제 <상엿집이 있던 자리>를 읽었습니다. “아침에 석기가 죽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석기의 죽마고우인 철기가 용의자로 연행되어 갔다.” 이렇게 시작되는데, 첫 대목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되더라고요. 고향 상엿집 터전에 장례식장을 지으려는 석기와 그 옆에 이미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철기 사이의 갈등, 또 두 사람과 영미라는 여자친구 사이에 숨어 있는 20년 전의 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흥미진진했어요. 심사를 맡은 현기영 작가가 ‘야성적 성품의 두 사내가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볼만하다’는 심사평을 해주신 것처럼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참 시나리오를 배울 때,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거창한 메시지를 먼저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어릴 적 제가 살던 마을에도 상엿집이 있었어요. 이젠 거의 다 사라진 공간이죠. 그런데 그곳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잖아요. 옛날엔 누군가 삶을 마치면 상엿집을 중심으로 죽은 이를 위한 마을잔치가 벌어졌어요. 만장 휘날리고, 북소리 나고, 호상일 때는 춤도 추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요즘의 장례식장은 너무 획일화된 모습으로 고인을 보내는 것이 조금 안타깝기도 해요. 석기처럼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동네 주민들하고 겪은 갈등이 이 작품에 모티브가 됐습니다. 작품 실린 책을 줬더니 대뜸 왜 내 얘기를 썼냐고 하더군요. 하하하. 지역이기주의, 온고지신… 뭐 이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야기를 구상하고 원고지 80매를 채우기까지.
이틀 만에 썼어요. 한참 걸리는 작업도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친구 이야기를 떠올리자마자 쭉쭉 전개되더라고요. 휘몰아쳐 했지요. 마감일 3일 남기고 12월 12일에 접수했고, 12월 18일에 당선전화를 받았어요.
소설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이야기 짓는 것이 재미난 일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고되고 외롭기까지 하잖아요. 왜 글 쓰는 길을 선택하셨는지요.
국문학이 1지망이었어요. 글에 대한 열망이 있었죠. 그땐 문예창작학과가 거의 없었고, 국문학과를 가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문장연습이라는 과목 말고는 글쓰기 연습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졸업하고 어떤 후배가 충무로에 시나리오 배우는 곳이 있다 해서 1년가량 엄청 공부했죠. 드라마작가에 공모해봤는데, 여의치 않더라고요.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한동안은 글쓰기에 거리를 두고 살았어요. 학원강사, 중고차 매매, 당구장도 하면서. 틈만 나면 정말 많이 읽었어요.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단편은 모조리 읽었을 거예요.
가지 못한 길,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좌절이 컸을 텐데… 그 시기를 지나 이제 당당히 작가로 등단하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지요.
이제 단편 말고도 장편에 도전하고 싶어요.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어느 선배님도 말씀하셨지만, 부단히 노력해야겠지요. 인디언 부족 가운데 기우제만 지내면 비가 오는 부족이 있다고 하죠.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네요. 이런 심정으로 몰입하면 항상 발전하는 작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봄날에 동문에게 권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좋아하는 작가 중 박민규 작가가 있어요. 연애소설인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추천합니다. 읽다 보면 소설 재미있네? 하고 다른 책들을 찾게 될 거예요. 읽기, 혹은 쓰기에 다시 도전하게 될 단초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도 앞으로 재미난 이야기 많이 쓸 테니 지켜봐 주세요.
<상엿집이 있던 자리> 원문 보기
http://www.ihalla.com/read.php3?aid=1357138800419420036
취재와 원고: 이은형(사회 92)